문재인 정권의 편리한 인권 잣대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7-28 09:00  



문재인 정권은 틈만 나면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2월 10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년 인권의 날’ 기념사에서 “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된다”며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97년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의 조선족 살인범 6명을 변호한 적이 있다. 조선족들은 한국인 선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범인들은 한국인 선장·갑판장 등 간부들을 차례로 조타실로 불러내 흉기로 잔인하게 난자하고 바다로 던졌다. 맹장염 때문에 긴급후송을 위해 다른 배에서 이 배로 옮겨 타 있던 해양고 실습생도 그런 방식으로 살해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서 “페스카마호 사건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유독 북한 인권에 대해선 잣대가 달랐다. ‘2018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도 평화와 인권을 연결시키면서 정작 북한 인권 문제는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남북 관계부터 풀어야 한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해명이었다.

이런 논리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4년 연속 불참했다. 2016년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소 설치도 미뤘다. 북한 인권 재단 사무실도 폐쇄했다.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비난하자 국내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미국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주민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전단 살포를 범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2명 강제 북송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북한 어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국제법상 강제송환을 금지하는 ‘농 르플르망’ 원칙과 세계인권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농 르플르망 원칙은 ‘난민을 어떤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정치적 이유로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에 처할 우려가 있는 곳으로 추방 또는 송환해선 안된다(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33조 1항)’는 것이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도 “강제북송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의 잔혹 행위에 가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강제 북송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권 침해”라며 당국자들의 책임을 촉구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이런 망신을 사도록 해놓고도 구(舊)여권은 사과, 반성은커녕 “엽기 살인마를 보호하자는 거냐”며 북한에 범죄인을 인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북송 근거로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보호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9조) 규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탈북자의 취업 등 경제적 지원에 관한 것일 뿐 북송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북한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비보호 탈북민’ 들도 북한으로 돌려보냈어야 맞다. ‘사람이 먼저’라고 한 문재인 정권의 인권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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